스페이스앤빈 “뉴스페이스로의 전환, 상용 부품 적용 물꼬부터 터야” (naver.com)
우주 산업은 원래 냉전 시기 국가 주도 체제 경쟁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최근 우주 산업은 민간 기업 주도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우주 관광, 저궤도 위성통신망과 같은 다양한 사업 기회가 활짝 열리면서다. 이른바 ‘뉴스페이스’ 시대의 개막이다.
아직은 과도기이기에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그중 하나가 아직 올드스페이스 시대에 맞춰진 ‘우주급 부품’의 품질 기준이다. 높은 궤도에서 자리를 지키며 오랜 기간 임무를 수행하는 기존 위성은 온갖 유해한 우주방사선으로부터 부품을 보호하고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내구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내구성에 집중하다 보니 반대급부로 상용 제품 (COTS, Commerical Off The Shelf)보다 비용은 많이 들면서도 성능은 되려 떨어진다.
이 때문에 민간 주도 우주 산업을 활성화하려면 뉴스페이스 시대의 주 무대인 저궤도 환경에 맞는 새로운 품질 기준을 마련해 상용 제품을 위성에 탑재할 수 있는 길을 넓혀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용 제품이라도 우주에서 운용이 가능한 최소한의 내구성을 갖추고 있고, 거기에 적절한 방사선 차폐 소재만 적용한다면 저궤도 우주 환경에서 충분히 제 역할을 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용 제품의 위성 적용에 필요한 기틀을 마련해 국내 민간 우주 산업 활성화의 물꼬를 트려는 스타트업이 있다. 우주 방사선 환경을 분석해 그에 맞는 차폐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페이스앤빈이다.
스페이스앤빈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로서 우주 산업 분야 연구개발을 이끄는 조양찬 이사는 육군사관학교 출신 장교로 1997년 임관해 서울대학교 전자공학을 공부한 후 군생활 대부분을 방위산업분야에서 통신무기, 무인기, 유도무기 등 무기체계 관련 연구개발에 보낸 전문가다.
그는 “저궤도 위성, 초저궤도 위성은 1~2기가 아닌 수많은 초소형 위성이 무리를 이뤄야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군집위성이다. 비용을 많이 떨어뜨려야만 경제성 있는 운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 정부가 위성의 부품에 요구하는 품질 기준은 여전히 기존 정지 궤도 위성처럼 장시간 우주에서 운용되는 위성에 맞춰져 있다”고 말한다.
정지궤도 위성의 수명은 주로 궤도를 유지하기 위한 추진 장치의 연료량에 의해 결정된다. 보통은 8-10년, 길게는 12~13년까지 유지된다. 반면 저궤도 위성은 최대 3년, 평균 3년 수준이다. 수명이 짧기 때문에 그만큼 더 잦은 교체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고궤도 위성의 품질 기준을 저궤도 위성에 적용하는 건 “고급 세단의 엔진을 경차에 넣는 격”이라고 조양찬 이사는 표현한다.
조 이사는 “고궤도 우주와 저궤도 우주는 방사선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따라 필요한 차폐 성능도 달라진다”면서 “우주 방사선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양성자인데 고궤도 환경이 저궤도 환경보다 천 배 이상 양성자가 많다. 천 배 이상의 환경을 견디는 내방사선성을 지닌 우주급 부품의 기준을 저궤도 위성용 부품에 적용하는 건 비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위성 제작에 상용 부품을 활용했을 때의 이점은 명확하다. 상용 제품이 내방사선성에 초점을 맞춘 우주급 부품보다 가격이 저렴한 건 물론이고 성능도 더 뛰어나다. 대표적인 사례가 반도체다. 조 이사는 “현재 지상에서 사용되는 메모리 같은 반도체는 2차 우주 방사선에 포함된 중성자, 감마선에 매우 취약해 그간 고궤도 정지 위성에는 사용되지 않았다”면서 “기존 위성용 반도체들은 내방사선성에 초점을 맞춘 데다 개발 기간도 길어 현존 상용 반도체와 기술 격차가 20년까지도 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상용 반도체를 초소형 저궤도 위성에 탑재하면 더 많은 일이 가능해질 것으로 조 CTO는 전망한다. 그는 “빠르게 궤도를 도는 저궤도 위성의 정보 처리 성능과 통신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최근 AI 프로세서를 활용하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관련 AI 프로세서를 개발 중인 기업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용 제품을 위성에 탑재해 쏘아 올리기 위해 필요한 게 바로 스페이스앤빈에서 개발하고 있는 것과 같은 솔루션이다. 스페이스앤빈은 저궤도 우주의 방사선 환경과 상용 제품의 내방사선성을 분석한 뒤 그에 맞는 적절한 차폐 소재를 적용하는 노하우와 기술력을 지니고 있다.
예컨대 기존 위성의 차폐 소재로 주로 사용되는 알루미늄은 1차 방사선은 잘 막아주지만 2차 방사선에는 취약하다. 이 때문에 AI 반도체와 같은 상용 제품을 쓰기 위해서는 이 2차 방사선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른 소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스페이스앤빈에서는 폴리머 기반 복합 소재를 개발했다. 조 이사는 “같은 차폐 성능을 구현했을 때 기준으로 알루미늄에 비해 무게가 3분의 1 수준으로 가벼워 그만큼 발사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차폐 솔루션을 적용한 상용 제품의 성능을 측정하고 검증하기 위한 위성도 자체 개발 중이다. 위성을 통해서 상용 제품의 차폐 솔루션 적용부터 검증을 통한 검증 이력(헤리티지)도 확보할 수 있는 일종의 플랫폼을 마련하려는 취지다.
산학 협력도 추진 중이다. 스페이스앤빈은 현재 국내 대학생 및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인공위성 COTS 부품 적용을 위한 우주방사선 차폐성능 측정용 큐브위성 개발 공모전’ 또한 진행 중이다. 선발된 팀들에게는 상금 혹은 동등 소재 지원, 교육 프로그램, 큐브위성 비행시험 참관 기회 등이 제공될 예정이다.
스페이스앤빈은 이렇게 마련한 차폐 솔루션과 검증 체계를 스핀온 제도를 통해 군에 적용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스핀온 제도는 민간 기술을 국방 분야에 적용하는 스핀온(Spin-on) 제도를 통해서다. 그러면 민간 기업들의 상용 부품이 국방 분야 저궤도 위성에 적용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조 이사는 국방 적용 사례를 레퍼런스 삼으면 훨씬 더 규모가 큰 글로벌 민간 우주 산업 시장에 진출하기에도 더 용이해질 것이라 말한다. 그는 “저궤도 위성에 상용 부품을 탑재하려는 수요는 해외에도 높은 데다, 위성 발사 수요 자체도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높다”면서 “앞으로 소형 및 초소형 위성의 발사 수요는 더욱 늘어날 테고, 고장으로 인한 재발사 수요까지 고려하면 현재 예상된 숫자보다 더 많은 위성이 앞으로 발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T동아 권택경 기자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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